건방진 신용선

이름 : 신용선
등록일 :
2020-07-09 11:53:32
|
조회 :
52,408

 

 

 

건방진 신용선

 

 

 

#1

고등학교 1학년 입학하고 처음 본 모의고사에서 경기도 2등을 했던 나는 바로 다음 번 시험에서 반에서 9등을 했어. 담임 선생님께서 손을 잡으시며 나의 정체가 무엇인지 정확히 밝히라고 했지. 난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잘 해 낼 수 있다고 생각만하면서 1년을 보냈어. (사실 그렇게 3년을 보내게 되었어)

 

#2

이과와 문과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는 우연히 서부 개척 시대에 여자 의사로 멋진 삶을 사는 주인공이 나오는 닥터 퀸이라는 미드를 접하게 되었고, 그 주인공의 삶에 한 눈에 반해 버렸지. 이과로 결정. 그러나 미드가 곧 재미 없어짐과 동시에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흥미도 사라졌지. ‘하이탑이라는 당시에 필수였던 자습서를 물리, 화학, 생물 순서로 4권 딱 책상 위에 쌓아 놓고 그 위에 턱을 올리고 잠을 자면서 고등학교 시절을 마무리하고 재수 생활을 시작했지.

 

#3

나는 문과로 바꾸고 법대를 가기로 결심했어.(이과에서 실패했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었어. 그냥 꿈이 바뀌었다고 생각했지) 정의롭지 못한 일을 보면 화가 끓어 오르는 나의 성격에 검사가 딱이다라는 생각에 멋진 검사가 되고 싶었어. 1년 재수해서 늦게 입학하는 만큼 빨리 사법시험에 합격해서 나의 시간을 보상받아야겠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역시 생각만 했지. 무엇보다 재수한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우울해서 산책과 음악 감상으로 우울함을 달래면서 시간을 보냈지. 그렇게 나는 목표로 하던 서울대 법대는 턱도 없었고, 이대 법대에 진학했지.

 

#4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밤 12시에 자는 사법 시험 수험 생활즉 고시생의 생활이 시작되었지. 8개월은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아. 법 공부 자체가 너무 재미있어서, 알람 소리 없이도 벌떡 일어나서 학교 고시실을 갔어. 덕분에 고시 장학금을 받고, 사법 시험 1차도 합격하지만, 딱 거기까지만 열심히 살았어.

 

어느 순간 또 흥미가 떨어지면서 마음이 흐지부지 되었지.

아침에 알람 소리가 울려도 스스로 일어나기가 힘들었고 (옛날의 용선이로 돌아간 것이지)

세웠던 계획은 수정되기가 일쑤였고(하지만 난 힘들게 공부한다고 생각했어.)

공부하는 시간보다 공부 계획 세우는 시간과 합격생 후기 찾아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나는 미드의 세계에 입문했지(하지만 난 힘들게 공부한다고 생각했어). 40분 동안 이어지는 미드 한 편이 끝나면 한 편 더, 한 편 더 보면서 나의 자제력은 어둠에 묻히고 아침이 밝아오기 일쑤였지.

학교에 가서는 아침에는 좀 졸다가 공부 좀 잠깐 하다가 고시실 앞 복도에서 친구의 연애 상담을 해주고 (정작 연애 한 번도 못해본 나였는데!!) 고민을 들어주며 귀가 시간을 맞이했지.

 

#5

고시실이 답답할 때에는 견디지 못하고 까페로 향했지. (하지만 난 힘들게 공부한다고 생각했어.)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꼭 늦잠 자야 한다고 생각했고, (왜냐하면 난 힘드니까)

드라마 한 편, 예능 한 편 정도는 나에 대한 보상으로 볼 수도 있는 거라 생각했지(하지만 난 힘들게 공부한다고 생각했어).

힘들게 공부하니까 맛있는 걸 먹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맛있는 걸 먹기 위해 돌아다녔고, (하지만 난 힘들게 공부한다고 생각했어.)

이렇게 힘들게 공부하는 나는 예민한 게 당연하니까 당연히 가족이든 친구든 배려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었지.

 

#6

학원에서는 혼자 봐도 충분한 내용을 가르친다고 생각해서 좀 듣다 말다 듣다 말다 하다가 파이널 시즌에 모의고사 수업에서는 자료만 타가지고 나왔지.

 

#7

그렇게 건방 떨다가 2차 시험에 내리 불합격하면서 난 더 이상 결정해야만 하는 순간을 맞이했어. 내 마음 속에 사법시험에 간절함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고,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과 더불어 순삭된 내 20대가 너무 가여워서 우울했지. 괴로웠어. 우울해서 죽을 것 같았지. TV에 변호사가 나오거나 법정 드라마가 방영되면 정말 꼴도 보기 싫었지.

 

 

#8

그런데 돌이켜 보면 당연한 결과였어. 사실 지금 돌이켜 보면 참 어이 없는, 철 없는, 건방진 신용선이었어. 그런데 그때는 정말 절대 알지 못했어.

 

#9

난 너희에게 충고나 조언을 할 생각은 없어. 내가 앞으로 더더더 늙어서 내 삶을 돌이켜 보았을 때, 지금의 이 순간 너에게 한 충고나 조언이 과연 부끄럽지 않을 수 있을까 자신이 없기 때문에. 다만, 내 실패한 인생의 부분을 비추어 주면서, 혹시 같은 모습의 학생들이 있다면, 그 중 단 한 명이라도, 기회가 있을 때 달리 살아 보라고 말하고 싶어. 아직은 2020123일의 를 선택할 수 있는 20207월 9일의 니까.

 

#10

모르겠다. 이렇게 다 솔직하게 말해도 되는지. 가끔은 너희의 모습에서 예전의 신용선을 발견하기도 해. 하지만 넌.....

그냥 넌 내가 누리지 못했던 20대라는 시간을 너는 충분히 누리기를 바랄 뿐이다.

 

 

반응이 좋으면 더 사적인 이야기 2탄을 풀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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