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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수능 이야기

이름 : 이갑승  스크랩
등록일 :
2023-11-08 11:2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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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36,131
 안녕하세요! 수능이 8일 앞으로 다가왔네요. 곧 있으면 모두 끝날 테니 하루하루 조금씩만 더 힘을 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지난번에 이어 제 수능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이번에는 재수할 때의 이야기인데요, 제 경험을 서술하고 느낀 점을 정리할 테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 목표달성 성공기에 있던 내용인데, 살을 더 붙여서 구성해 보았습니다.

 수능이 일주일 남은 시점부터 화요일까지는 최종적인 공부를 모두 마치게끔 계획하여 공부했습니다. 목요일의 수능 바로 전날인 수요일은 긴장감도 상당하고 수험표도 받으러 갔다 와야 하는 만큼 집중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수험표를 받아오고 나서는 수능장에서 마지막으로 볼 정리본을 만들며 최종 복습을 했습니다. 공부를 마친 후 12시가 조금 넘어서 잠이 들었고 5시 반 정도에 잠에서 깼습니다. '재수 생활도 오늘이면 끝나는구나'하고 생각하니 기분이 오묘하더라고요. 아무튼, 아침을 먹고 수능장에 도착하니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탐구 정리본과 언매 개념을 보다가 7시 50분부터는 준비해간 국어 예열 문항을 풀었습니다. 8시 20분부터 40분까지는 긴장감을 풀기 위해 심호흡을 하며 '잘할 수 있다'는 말을 되새겼습니다.

 국어 시험이 시작되었고 언매 시험지를 펼쳤습니다. 고3 때는 언매-독서-문학 순서로 풀었는데, 재수할 때는 최대한의 점수를 확보하기 위해 언매-독서론-문학-독서 순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런데 36번의 답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 일단 넘어갔고 38번이 헷갈리는 것 외에는 빠르게 풀어냈습니다. 이어서 독서론과 문학은 다행히 한 번에 모두 풀어냈고 이때 시간을 보니 35분 정도 지나 있었습니다. 곧바로 독서를 풀기 시작했고 마지막 지문의 한 문제를 제외하고는 한 번에 모두 풀었습니다. 이때 시간을 보니 20분이 남았었고 이전에 못 풀었던 문제들을 모두 풀고 마킹까지 마치니 10분이 남았습니다. 검토하다 보니 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여유롭게 풀었다 보니 왠지 잘 봤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고 기분 좋게 가져간 수학 예열문항을 풀었습니다.

 2교시 수학이 시작되고, 먼저 확통 23번부터 30번까지를 풀고 시간을 보니 15분이 지나있었습니다. 하지만 30번은 문제에서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구했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고 일단은 공통으로 넘어갔습니다. 쭉 풀다가 14번에서 일차적으로 당황했습니다. ㄱㄴㄷ 문제였는데 아무리 풀어도 ㄱ만이 맞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딱히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여태껏 답이 ㄱ인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어서 수능장에서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어서 22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풀어냈고 30번까지 고치고 나니 10분이 남았습니다. 5분 정도 22번을 풀어보다가 검토를 하는 편이 낫겠다 싶어 검토를 하다 보니 2교시가 끝났습니다. 검토했음에도, 왠지 잘 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무언가 불안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난 후, 한국사와 영어를 봤습니다. 고3 때에 이어 영어는 또 졸리더라고요... 중간에 10분가량을 거의 자다가,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막판에 집중해서 겨우 마무리 지었습니다. 좀 불안하더라고요...

 이어서 사탐을 보며 또다시 당황했습니다. 분명 6평과 9평은 그렇지 않았는데 수능에서 사탐이 어렵게 나왔기 때문입니다. 수학을 잘 봤는지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에 탐구를 잘 봐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기에 압박감이 들며 집중력이 흐트러졌습니다. 사족이기는 하지만, 시험 도중에 가수 성시경 님 얘기가 떠오르더라고요... 서울대를 가고 싶어서 삼수하셨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게 내 얘기가 되는 건 아니겠지' 하면서 별생각을 다 했습니다.

 이렇게 겨우겨우 탐구와 제2외국어까지 마치고 나서 수능장을 나설 때는 일단 후련한 마음이 아주 컸습니다. 집에 가면서 국어와 수학을 채점했는데 잘 봤을 것이라 예상했던 언매는 기대에 못 미친 91점, 걱정했던 확통은 96점을 받았습니다. 지난번 글에서 제가 운 좋게 22수능 국어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는데, 실력이 아니라는 게 증명되었습니다! 아무튼, 중요한 건 잘 봤는지 어땠는지는 아무도 모르므로 이미 본 시험은 잊고 눈앞에 놓인 시험에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영어는 91점으로 1등급 턱걸이를 했고 한국사와 세계지리는 48점, 경제 45점, 스페인어 50점을 받았습니다. 다양하게 틀렸죠...
이전 글에서 언급한 적 있듯이, 서울대를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오랜만에 푹 잤습니다. 항상 갖고 있던 걱정거리 하나를 덜어낸 느낌이었습니다.

 가채점 결과와 성적통지일에 받은 성적표는 차이가 없었고 12월 31일에 정시 원서 접수를 했습니다. 그리고 1월 한 달 동안 합격 발표를 기다리며 진학사를 많이 들어가 봤는데, 생각보다 정외에 지원자가 많이 몰렸더라고요... '한 문제만 더 맞았더라면 아무 걱정이 없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한 달 내내 했습니다. 점수대가 엄청나게 촘촘해서 한 문제 차이가 정말 크더라고요.
합격자 발표는 기존에 공지된 발표일보다 하루 일찍 이루어졌고 다행히 최초합격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족과 친척, 친구들에게 축하받으며 1년간의 재수 생활을 행복하게 마무리 지었습니다.

 간략하게 써보았는데, 제가 수능장에서 느낀 감정이 조금이나마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난번에 이어, 수능에서 유의하셔야 할 사항을 몇 가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이미 본 시험은 생각하지 말자.
- 정말정말 중요합니다. 저는 국어를 보고 만점 받겠다는 생각을 했고 수학을 보고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죠... 그냥 지금 보는 시험에 최대한 집중해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2. 주변의 얘기는 듣지 말자.
- 점심시간에 옆에서 고3 학생들이 떠들고 있더라고요. '누구누구가 몇 번에 답 이거라는데?' 같은 얘기가 많이 들렸습니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일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했고, 웬만하면 제가 맞았습니다.
3. 계속 집중하자.
- 저도 써놓고 보니까 조금 황당하기는 한데, 누가 수능 보면서 성시경 님 생각을 할까요... 집중력이 흐트러진 게 탐구 점수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문제만 더 맞았다면 저는 1월을 정말 편하게 보낼 수 있었을 텐데, 이 때문에 혹시 떨어질까 걱정하면서 1월을 보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시험을 볼 때는 다른 생각은 절대 하지 말고 문제에만 집중하셔야 합니다!
4. 한 문제 한 문제가 소중하다.
- 여러 번 언급했듯이, 지원자 점수대가 엄청나게 촘촘해서 문제 하나의 영향력이 정말정말정말 크더라고요. 아무거나 한 문제만 더 맞았다면 전~혀 걱정하지 않으면서 1월을 보낼 수 있었는데, 걱정 많은 1월을 보냈습니다. 전략적으로 넘어가는 문제라면 몰라도, 시간이 남았는데 그냥 포기하거나 하는 일은 절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20초가 남아도 달려들어 봐야 하는 게 수능입니다.
5. 졸릴 때를 대비해서 사탕 같은 것을 챙겨가자.
- 또 졸렸습니다... 밥 먹고 나니까 귀신같이 졸음이 찾아오더라고요...

 제가 재수를 하며 수능을 보고 느낀 점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수능을 보는 데 참고가 된다면 저 역시 감사할 것 같습니다. 그게 아니라도, 잠깐 쉬어가며 제 이야기를 읽으면서 재미라도 느끼셨다면 좋겠습니다. 8일은 짧으면 짧지만, 길다면 긴 시간입니다. 잘 마무리하셔서 걱정없고 따뜻한 겨울을 보내시길 응원합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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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이갑승 멘토

  • ○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23학번
  • ○ 인문계열 / 정시전형
  • ○ 제19기 목표달성 장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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